알림마당 뉴스레터

뉴스레터

매거진 [부산원도심활성화축제 택슐랭] 택슐랭 선정 업체 인터뷰❶ 56년 골목을 지킨 우직함, 초량갈비

본문

Interview. <초량갈비>

"부두 노동자의 소주잔에서 3대 단골의 사랑방으로, 변함없는 한 점"


트렌디한 간판 하나 없이도 수십 년째 기사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곳들이 있습니다. 제11회 부산원도심활성화축제 '택슐랭'을 맞아, 기사님들이 직접 뽑은 최고 맛집인 '동백스타'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무려 56년째 골목을 지켜온 〈초량갈비〉입니다. 1970년대 부두 노동자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달짝지근한 고기 한 점이 어떻게 지금까지 한결같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타협 없는 국내산 생고기 고집과 사장님의 따뜻한 뚝심을 지금 만나보세요.



Q. 초량갈비, 이 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지켜오신 건가요? 시작 비하인드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A. 저희 가게는 약 56~57년 된 노포예요. 60~70년대 부산항 부두 노무자분들이 하루 애환을 달래던 이 정겨운 골목에 1970년 처음 둥지를 텄습니다. 큰집에서 부두 노동자분들을 위해 정성껏 갈비를 재워 팔며 다지신 기반을 제가 이어받아 지금은 2대째 명맥을 잇고 있지요. 부모님 손잡고 오던 꼬마가 어른이 되어 추억을 찾아 다시 방문해 주시는, 대를 이어 찾는 고마운 로컬 맛집이랍니다.




Q. 약 60년의 세월, 이 골목의 산증인으로서, 사장님을 끝까지 이 자리에 지키게 한 '단 하나의 버팀목'은 무엇이었나요?


A. 수많은 풍파 속에서도 이 자리를 지킨 단 하나의 버팀목은 '단골손님들과의 약속'입니다. 제가 장사를 접으면 손님들의 추억도 갈 곳을 잃잖아요. 한 번은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젊은 시절 추억을 찾아 먼 걸음을 하셨는데,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 눈물을 훔치며 고기를 일일이 잘라 구워드린 적이 있습니다. "절대 그만두지 말고 오래오래 해라" 하시는 손님분들이 계시기에 앞으로도 우직하게 이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Q. '고기 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착하다'는 후기가 정말 많습니다. 사장님만의 비결이 따로 있을까요?


A. 저희 집 고기 맛의 가장 큰 비결은 단가가 높더라도 무조건 제일 좋은 '국내산 생고기'만 고집하는 것입니다. 신선도가 생명이라 욕심부려 쌓아두지 않고, 그날 준비한 고기는 다음 날까지 전량 소진하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지요. 참고로 좋은 고기를 고르실 땐 비계가 하얗고 깨끗하며, 살코기는 선명한 선홍빛이 나는 게 제일 좋답니다.




Q. 사장님이 추천하시는 '초량갈비 먹팁'이 있다면요?


A. 저희 집에 오시면 꼭 추천드리는 순서가 있어요. 1단계는 '생갈비'에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 고기 본연의 고소함을 즐기시는 겁니다. 2단계는 돼지기름이 흐르는 길목에 '백김치'를 같이 구워 곁들이는 건데, 느끼함을 싹 잡아줘서 다들 좋아라 하시지요. 마지막 3단계는 달짝지근한 '양념갈비'를 밥과 함께 드시는 것. 이게 그야말로 최고의 조합입니다.




Q. 부산 한복판에서 강원도식 '된장국수'를 내놓으신 게 흥미롭습니다. 이 메뉴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요.


A. 이 된장국수는 제 고향 강원도의 향수와 어머니의 손맛이 녹아있는 메뉴입니다. 어릴 적 겨울이면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구수한 맛이 늘 그립더라고요. 고기를 드신 손님들의 속을 풀어줄 식사 메뉴를 고민하다가 직접 개발했습니다. 강원도 막장에 멸치 육수를 진하게 내고, 면발에 국물이 착 감기도록 연구를 거듭했지요. 손님들이 "어디서도 못 먹어본 별미"라며 냄비 바닥까지 싹싹 긁어 드실 때 가장 뿌듯합니다.




Q. 56년의 세월을 지켜오신 사장님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A. 돈 욕심보다 중요한 건 '변함없는 맛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올 때마다 맛이 다르면 손님을 기만하는 거니까요. 절반이 넘는 오랜 단골분들이 "이 집은 그때나 지금이나 맛이 똑같네" 해주실 때 장사꾼으로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직하게 대접하겠다는 이 우직한 마음 하나가, 고물가에도 착한 가격과 최고의 질을 유지하는 진짜 비결입니다.




Q. 인생 선배로서 갈비를 뜯으러 오는 2030 청년들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고 싶으세요?


A.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보면 참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짠합니다. 저희 가게는 지난 60년 가까이 수많은 서민과 노동자들이 고단한 하루 끝에 찾아와 위로를 얻던 공간이에요. 그러니 이곳에 들어오실 때만큼은 세상의 고민을 잠시 다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갈비 한 점 입에 넣으며 "아, 오늘 하루도 참 고생 많았다" 하고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그런 따뜻한 에너지를 채워 가셨으면 해요.




Q. 손님 층이 변해도 사장님이 절대 바꾸지 않으시는 게 있다고요?


A. 손님이 젊어지며 가게를 요즘 스타일로 바꿔보라는 권유도 받지만, 제 마음가짐과 장사 철칙만큼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겁니다. 저희 집의 진짜 가치는 오랜만에 오신 단골손님이 "어째 그때나 지금이나 맛이 똑같네!" 하실 때 나오거든요. 손님 층이 변하더라도 추억의 맛과 따뜻한 정을 그대로 선물하는 그 변함없는 우직함이 모두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Q. 택슐랭 3년 연속, 동백스타 2년 연속 선정이라는 큰 영예를 안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매해 이렇게 인정해 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요. 처음엔 '아이고, 바빠 죽겠는데 거길 어떻게 가노' 하며 고마움을 잘 몰랐는데, 3년 연속 선정에 '동백스타'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얻고 보니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고기 썰고 불 피운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깊은 보람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Q. 택슐랭 선정 이후, 가게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역시 '손님들의 연령대'예요. 원래는 40대부터 70대까지 오랜 단골손님들이 버팀목이 되어주던 노포였는데, 택슐랭에 소개된 이후 20~30대 젊은 친구들과 외지 여행객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젊은 손님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와, 진짜 맛있다!" 하며 드시는 모습을 보면, 가게 전체에 생기가 돌고 아주 흐뭇하지요.




Q. 주차장이 없어도, 택시 기사님들이 일부러 찾아오신다고요. 그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기사님들께서 일부러 찾아와 주시니 언제나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손님들에게 "부산 오면 초량갈비 꼭 가라"고 입소문까지 내주시는 가장 든든한 홍보대사이기도 한데요. 주차의 불편함을 덮는 가장 큰 매력은 절대 속이지 않는 '국내산 생고기'의 확실한 품질, 그리고 화려하진 않아도 내 집 거실처럼 편안하게 푹 쉬어갈 수 있는 정겨운 분위기 덕분인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택슐랭 축제를 통해 초량갈비를 찾아올 새로운 손님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요즘 트렌디한 고깃집이 참 많지만, 저희처럼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람들의 이야기와 정이 묵직하게 쌓인 노포만의 매력은 쉽게 만나기 힘드실 겁니다. 오직 품질 좋은 국내산 생고기만을 고집하며 손님들의 입맛만큼은 절대 속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라, 찾아오시는 모든 분의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진심을 다해 정성껏 대접할 테니 많이들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