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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6 부산 밀 페스티벌] 비(非)밀 진영 인터뷰❷ 30년 노포의 짬바, 평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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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평양집>

"30년간 이어온 새벽의 의식, 찐 이북식 슴슴함을 빚다"


2026 부산 밀 페스티벌의 비(非)밀 진영 참여 브랜드 인터뷰,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 프렌치와 아시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캐주얼 비스트로 〈울트라바이트〉를 만나보셨다면, 이번엔 결이 사뭇 다른 식당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 주인공은 30년 노포 〈평양집〉인데요. 한결같이 슴슴함을 지켜온 이북식 만두 전문점입니다. 새벽 4시에 시작되는 사장님의 의식(儀式)과, 만두 대신 녹두전을 들고 축제에 나서는 비하인드를 지금 만나보세요.



Q. 밀 페스티벌에 만두가 아닌 녹두전으로 출격하신다고요? '비(非)밀' 진영 합류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A.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희 이북식 만두는 두부와 채소가 듬뿍 들어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축제 현장에서 대량으로 선보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자칫 재료가 일찍 소진돼서 멀리서 찾아주신 손님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드리게 될까 봐, 그게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평양집의 또 다른 얼굴, 녹두전으로 인사드리기로 했어요. 만두를 선보이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지만, 끝까지 정성껏 맛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이번 밀 페스티벌에서 손님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완벽한 한 끼(Meal)'도 함께 궁금합니다.


A. 화려한 기교 없이 '먹고 나서 속이 편안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이 완벽한 한 끼라고 생각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아, 참 잘 먹었다" 하게 만드는 식사,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완벽한 한 끼입니다. 이번 축제에서 저희 음식을 만나실 분들께도 꼭 그 마음을 선물하고 싶어요. 화려한 축제 현장이지만, 평양집 부스에 들르시는 잠깐만큼은 소란함에서 벗어나 담백한 맛과 함께 편안히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부산에서 '슴슴한 이북식'으로 승부를 보신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셨을 것 같아요. 시작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A. 사실 거창한 포부보다는, 아버지께서 IMF 때 사업 부도를 겪으시면서 당장 먹고살 길을 찾아야 했던 현실적인 이유가 컸어요. 다행히 어머니께서 1.4 후퇴 때 평양에서 내려오신 분이라 음식 솜씨가 좋으셨고, 집에서도 늘 이북식 만두를 빚어오셨거든요. 당시 부산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이 주를 이루던 때라 슴슴한 만두가 통할까 걱정도 많았는데, 어머니께서 늘 "가장 정직한 맛이 결국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고 하셨어요. 그 가르침이 평양집의 뿌리가 되었죠.



Q. 미쉐린 선정으로 인정받으셨는데요. 사장님께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가장 신선한 재료를 직접 확인하고 손수 다듬어요. 그 고요한 시간이 저에게는 일종의 의식(儀式)과도 같습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재료를 매만지다 보면, 그 긍정적인 기운이 음식에 고스란히 스며든다고 믿거든요. 제 고집은 딱 하나, '타협하지 않는 것'이에요. 특히 녹두전은 미리 구워두지 않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구워내야 그 미친 고소함이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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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0년 노포 사장님만 아는, 평양집 200% 즐기는 '맛잘알' 꿀팁이 있다면요?


A. 일명 '절반의 법칙'입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어 본연의 담백함을 먼저 느끼고, 남은 절반은 국물에 툭 터뜨려보세요. 고기와 두부 향, 채수가 국물에 어우러져 훨씬 풍부한 감칠맛이 올라오거든요. 여기에 겉바속촉 '녹두전'을 특제 간장 절임 양파와 곁들이시면, 고소함과 깔끔함이 입안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양집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요?


A. 손님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꼬마였던 손님이 이제는 자기 아이 손을 붙잡고 찾아와 주시기도 해요. 반대로 나이 지긋하신 단골 어르신들이 세월의 흐름에 조금씩 약해지는 모습을 뵐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이 가게가 단순히 밥만 파는 곳이 아니라 손님들의 인생을 함께 지켜보는 공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님들과 함께 늙어가고, 아이들이 커가는 그 모습이 제게는 가장 흐뭇하고 보람찬 기억입니다.



Q. 할아버지 단골집에서 2030 핫플로! 평양집을 찾는 젊은 손님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하시나요?


A. 옛날엔 실향민 어르신들이 만두에 소주 한잔 곁들이며 향수를 달래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젊은 손님들이 만둣국을 앞에 두고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돼요. 그 풍경이 얼마나 고맙고 기쁜 일인지 몰라요.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평양집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이북식의 담백함이 젊은 손님들께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낡은 의자에 앉아, 정직하게 익어가는 음식의 시간을 천천히 누려보세요. 그 짧은 휴식이 지친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